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의 장점을 합해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를 창출하는 e스포츠는 글로벌 문화현상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더욱이 e스포츠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국 특성을 살린 종목을 메이저스포츠에 진출시키고자 바둑을 아시안게임 종목에 넣어 화제가 된 중국은 마침내 2022년 e스포츠를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IT강국에서 IT산업과 함께 갈 수 있는 스포츠종목인 e스포츠로부터, 인류 미래산업의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시도도 다양하다. 이번에 소개할 한국 e스포츠진흥원협회 경기도연합중앙회의 이성율 회장도 e스포츠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미래지향적인 지역경제기여, 더 나아가 e스포츠로부터 시작되는 젊은 세대의 문화향유 잠재력과 혁신산업 가능성까지 발굴하는 인물이다.
세계최초 IT산업육성정책과 게임채널 연 한국, 그러나 규제라는 이면
1998년, 한국 정부의 IT산업육성정책은 인터넷 활성화가 학습, 취미증진과 창업, 일자리창출까지 이뤄낼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망이 구축된 한국에서는 전국 PC방 창업이 급증하고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프로게이머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까지 가져왔다. 1999년 프로게이머 1호 신주영과 e게임리그중계 출범, 2000년 초 세계 최초의 e게임채널 개국이라는 값진 결실을 낸 한국은 LoL의 리빙레전드 페이커를 배출하며 여전히 e게임/스포츠 강국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에 한국 게이머들이 위협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게이머들의 공격적인 성향을 온라인 밈으로 유행시킨 TV뉴스보도처럼 ‘게임=중독성’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셧다운 등 정부 지자체의 규제도 있었다.
이렇게 톱 플레이어들의 영광과 반비례해 한국의 e스포츠 인식이 후퇴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국 e스포츠진흥원협회 경기도연합중앙회의 이성율 회장은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전환이 한국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상황에서는 e스포츠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온라인게임은 어떤 식으로든 순기능과 역기능이 늘 공존하기에 그는 “지금은 부정하든 긍정하든 전 세계가 즐기는 온라인게임과 e스포츠 시대다. 이를 산업으로 활성화시키고 어떠한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을지를 논할 단계이며, e스포츠의 생산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게임은 곧 중독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게임강국으로 뛰어오른 중국
이러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는 또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중국이 e게임 계의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가 차원에서 e스포츠선수들과 리그를 육성했고, 아시안게임 결과에 따라 2024년 파리올림픽이나 그 이후에 정식 스포츠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비대면이 성립하게 된 지난해부터 온라인채널의 e스포츠는 비대면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으며, 이제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e스포츠를 통해 협동심과 동료의식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교육학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관련 자료를 검색하는 단계에서 IT산업이 발전한 나라에서 가능한 4차산업과의 연계성도 발견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e스포츠는 젊은 MZ세대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고용/노동형태이자, 과거 PC방 창업 성공사례처럼 새로운 산업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경제 산업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과거 오락실에서 오락중독이라 구박받던 게임고수들이 프로게이머로의 꿈을 이루고 세계로 진출한 것이 지난 1,2세대의 행보라면, 3세대들은 본격적으로 게임이 사행성이라는 오해를 풀고 과도한 세금과세 등 법령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어른들’이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4세대인 MZ세대들은 게이머로서 대전/전략형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팬덤을 키워가는 것 이상의 과제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은 신체접촉이 필수인 전통스포츠에서 성공적인 온라인화를 이룬 야구, 축구, 골프처럼, 경쟁을 하면서도 독자적인 가치를 이뤄내는 e스포츠도 건강한 국민 생활스포츠로서 인정받을 시점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콘텐츠로서의 잠재력 지닌 e스포츠, 규제 줄이고 행정지원 늘려야
현재 정부에서는 e스포츠진흥을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프로리그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도 스폰서로 나서는 등 e스포츠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마케터와 중계캐스터, 콘텐츠 제작자와 감독, 선수, 강사 등 관련 직업군도 창창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대선공약 같은 주요 이슈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선심성 정책보다, 앞서 중국의 사례처럼 본격적인 정부 차원에서의 국가산업정책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자긍심이 큰 프로게이머들 역시 e스포츠가 국가대항전 단계로 가면 지원이 많은 곳으로 유턴할 수도 있고, 해외의 e스포츠 파생산업에 약한 한국은 뒷북을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높은 유료회원제를 감당하는 유저에게 가야할 혜택이 대형게임회사의 시가총액잔치로 끝나는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비행기와 배편으로 끝없이 실어 나르던 과거 스포츠 구조와 달리, 이러한 비대면 상황에서 e스포츠의 성장과 파생가능성은 얼마든지 입증할 수 있으며 2050년 도래한 탄소중립시대를 앞두고 선진국의 가장 제약이 적을 스포츠가 바로 e스포츠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e스포츠에 대한 억측과 오해를 풀고, 적극적인 인식변화로 MZ세대의 꿈과 희망이 되며 나아가 백년 천년을 지속될 경제와 먹거리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의견이다. 이 회장은 “국내 e스포츠의 탄탄한 인프라구축 및 다시 한 번 미래전략사업을 세워 2000년대 초 e스포츠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경기도연합중앙회는 앞으로도 경기도 아마추어 전용경기장 건립, 교육원, 대학 관련학과 및 e스포츠전국대회 주최로 한국 e스포츠인프라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는 포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