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삶에 대해 생각한다는 말과 같다. 공간이란 단지 배경이 아닌, 사람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영향을 주고 받는 곳이며, 때문에 우리는 공간과 사람을 떼어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공간은 어떠해야 할까?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그 고민에 대한 답을 광주에 위치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삼공슈가’ 정행화 대표를 만나 들어보았다.
차별화 된 디자인 철학, 정직함으로 경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광주의 전통 있는 인테리어 업체인 ‘슈가홈스케치’의 가족회사로 탄생한 ‘삼공슈가’는 트렌디한 감각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고객만족 실현에 앞장서왔다. 이름의 ‘삼공(三空)’은 ‘주체·취향·치유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삼공슈가’의 정행화 대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들을 하나의 공간에 공존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정행화 대표는 “저희 삼공슈가는 기본적으로 ‘다름’을 기준으로 각각의 프로젝트들의 아이덴티티를 다르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에 거주하거나 혹은 머무르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라도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 갈 수는 없는 거죠. 이는 고객 분들과 상담할 때에도 항상 말씀드리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간혹 기존의 프로젝트를 보고 똑같이 진행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하지만 저는 다른 시안들을 제시해드리면서 고객님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죠. 자신이 머물 공간이라면 그 안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야만 진정으로 편안하고 딱 맞는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인테리어 업계에 몸담으면서 줄곧 지켜온 제 철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정직함’을 지키는 것이며, 두 번째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공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100명의 고객이 있다면, 100가지의 각기 다른 공간이 나온다는 게 저희 ‘삼공슈가’가 지향하는 ‘다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삼공슈가에서는 고객의 견적 문의가 들어올 경우, 기존에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 현장이라 하더라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꼭 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고 한다. 그 후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견적상담을 통해 고객과 어울리는 시안을 기본적으로 제시하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다시 한 번 정확히 파악한 뒤, 함께 세세한 부분들을 체크해나가며 최대한 이를 접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사실 고객 분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전달해 주실수록,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는 작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확하고 구체적인 니즈가 많은 고객님 일수록 더 예쁜 공간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광주의 타코야끼 맛집이자 명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이자카야 ‘타코뱅’이다. 정행화 대표가 상가 인테리어와 브랜딩을 함께 수행한 첫 프로젝트이기도 했다는 ‘타코뱅’은 클라이언트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완성됐으며, ‘합이 잘 맞았다’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정 대표는 가게에 놓일 아이템부터 전체적인 컨셉까지, 브랜딩의 전반적인 부분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현재 타고뱅은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전대후문 상권에서도 주목받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움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공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정행화 대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이란, 첫 번째 ‘불편하지 않은 공간’이다. 정 대표는 “요즘 인스타 감성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들이 여러 커뮤니티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불편한 공간들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은 운영자의 철학이 가득 담긴 공간입니다. 제가 20대 중후반에 일했던 편집샵의 경우, 가구 하나, 그림 하나에 대표님의 철학이 가득 담겨 있었죠. 그곳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매장에 갈 때마다 너무 행복한 느낌이었어요. 최근에 다녀왔던 멋진 공간이라면 제주도의 ‘점 스토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 위치하다니’ 싶을 정도로 외진 곳에 있는 공간이었지만, 대표님의 ‘보러 오실 분은 오세요’라는 생각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공간과 잘 어울리는 노래까지 웅장하게 흘러나오는, 모든 요소가 잘 어우러지는 공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공간에 대한 그의 이러한 생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객의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담아내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라면, 그만큼 장시간 머물러도 편안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고, 평소 요리를 즐겨해 주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주방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요소들이 주거공간에서는 그 핵심적인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실용성’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며, 상업공간에서는 또 그에 맞는 ‘목적성’에 합치될 수 있도록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삼공슈가의 디자인 철학인 것이다.
한편, 정 대표는 ‘슈가홈스케치’의 디자이너 실장으로도 근무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슈가홈스케치는 이제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역사 있는 인테리어 업체입니다. 정직함을 무기로 하는 회사이고, 무엇보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대표님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저 또한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대형 평수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로 참여한 바 있으며, 홈스타일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행화 대표는 “저희가 지금은 주거공간을 중점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브랜딩과 상가 인테리어를 많이 진행하고 싶습니다. 틀에 박힌 구조가 아닌 다양한 구조가 나올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는 미니멀하게 하면서, 멋진 가구들로 힘을 준 공간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는 바람입니다”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현재의 역할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트렌디하면서 묵직한 자재들로, 시간이 지나도 멋짐을 유지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삼공슈가’가 되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고 앞으로의 힘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