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섬유공예 명장전에 관심 집중, 전통의 재해석으로 가치 더해
최근 몇 년간 해외 예술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의 공예, ‘조각보’다. 서구인들의 시각에선 네덜란드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을 떠올리기도 한다는 조각보는 약 300여 년 전의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과거 ‘색’이나 ‘천’이 귀했던 시절,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남은 각양각색의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들어낸 이 조각보는 때로는 친근하고 가까운 생활용품으로, 때로는 감사와 소중함을 표현하기 위한 정성어린 선물로, 혹은 기원이나 바람을 담은 상징물이자 예술품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조각보가 현대전통공예 중 하나로 부각되고, 나아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섬유공예가 고금화 명장은 “저 또한 처음부터 조각보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골동품과 고가구, 단지, 배냇저고리 등 옛 물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그것을 모으던 와중에 우연히 조각보를 접하게 됐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조각난 조각보를 한 땀 한 땀 이어붙임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인생과 자연과 혼을 담기도 한다는 사실에 매료되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작업은 조각보의 전통과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민화를 그려넣거나 한지를 덧대고, 골무 같은 작은 소품을 오브제로 사용하는 ‘콜라쥬 드로잉’을 통해 조각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초,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고금화 섬유공예 명장전」은 바로 고 명장이 제시하고 있는 전통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대한민국전통명장협회’와 ‘비채나세계문화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주관한 이번 전시에서 고금화 명장은 조각보와 섬유아트, 우리 옷 디자인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으며, 무려 400여 명의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큰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젊은 세대에게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습니다”
조선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색채학을 전공한 고금화 명장은 지금까지 11회의 개인전과 대구여류작가 Paradigm전, 통영아트페어 초대작가전, 국제보자기 포럼 초대작가(제주·서울·멘하탄), 창작민화대작전2014, LA 4.19갤러리 한국현대미술협회전 등 수많은 전시회를 통해 대중들을 만나왔을 뿐 아니라, 독일 마브르크 미술협회초대전, 프랑스 살롱 앙데팡당전 등에 초청되어 현지의 외국인들에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뽐내왔다. 고 명장은 “해외에서는 한국의 전통 색채에 대한 관심, 조각보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크고, 열광적입니다. 이미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한국 공예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고금화 명장은 이러한 생각의 일환으로 2015년경, 대구 북성로 공구거리 한 켠에 복합문화공간 ‘박물관 이야기’의 문을 열기도 했다. 1층은 카페와 아트샵으로, 2층은 갤러리와 박물관으로 꾸며진 이곳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미래, 계승과 창작이 공존하는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 고 명장의 생각이 잘 담겨있다. 창고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리모델링을 가했으며, 그간 자신이 모아온 고가구, 한복, 조각보, 생활 소품 등을 100여 점 넘게 전시하고 있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과 분위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구의 명소로 꼽힌 지 오래다. 고 명장은 “앞으로 작품 활동과 함께, 근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북성로의 낡은 거리에 새 숨을 불어넣고, 젊은 청년들이 우리의 것을 알아갈 수 있도록 힘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라며, “조각보를 시침질로 이어나가는 것은 마치 춤 같기도, 옛 이야기나 꿈같기도 합니다. 제가 만들어가는 이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