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 설립자 김종호 조각가의 손으로 기획되고 직접 건립돼, 열린 미술 프로젝트의 공간으로 성장한 CICA미술관(관장 김명숙)은 뉴미디어와 노마드 아티스트, 아동과 대중들을 위한 예술프로젝트로 유명하다. 2014년 경 더욱 본격적인 뉴미디어 아트 출판과 실험적인 아트전, 국제심포지엄과 컨퍼런스의 비중을 높인 ‘CICA’는 위드코로나 이후 세계 예술가들과의 교류전을 다시 개최하고자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CICA미술관의 아트디렉터로서 CICA Press를 만들고 세계 뉴미디어아트 활동의 폭을 넓히며, 힐링을 겸한 현대미술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일반인들과 비전공자들에게도 새로운 미술관의 개념과 진면목을 보여주는 김 대표를 만나보았다.
‘아트 텔레포티드’, 글로벌 노마드아티스트들의 ‘어셈블’ 이벤트 화제
35년 전통의 미술관이자 아트프로젝트, 아티스트들의 교류 행사장으로 유명한 김포의 CICA(이하 시카)미술관은 CICA Press의 출판기획자 김리진 대표의 아트디렉터 부임 이후로, 총 5동 규모의 공간 곳곳을 한층 다각화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전시 외에 정기적인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해, 올해는 2019년과 2020년 뉴욕 컨퍼런스로 큰 화제가 된 노마드 아티스트들의 어셈블 이벤트인 아트 텔레포티드(Art Teleported)의 국내 개최지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올해 총 3회 일정의 국제 컨퍼런스 중 가장 큰 규모이자, 2017년 이래 연 1회 개최되는 <뉴미디어아트 국제 컨퍼런스(NMAC, New Media Art Conference)>는 다국적 정체성을 지닌 뉴욕과 예술도시들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미국 기반의 주요 미대교수들이 참여하며 현대미술 중 뉴미디어아트의 근황을 학술대회처럼 소개하는 예술 행사다. “미술이라는 분야가 컨퍼런스와 친숙하지 않지만, 경직된 각 로컬 예술계 속에서 아티스트들을 포용하고 작가들과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김 대표는 디렉터로서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미국에서 뉴미디어아트 박사 전공을 하면서, 기존 회화와 다른 새로운 포맷으로부터 다양한 담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뉴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장점은 ‘콜라보레이션’으로, 창작자들 간의 협동과 교류가 활발할수록 빼어난 결과물이 나온다. 김 대표와 시카의 프로젝트는 대기업과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며, 매주 3인씩 선정하는 개인전에 전 세계 5천여 작가들과의 네트워크가 이뤄져 월 1회 여는 국제전은 70% 이상, 개인전은 30% 이상 해외작가들이 참가할 만큼 예술 인맥도 탄탄하다.
아동 프로그램 ‘키즈랩’의 독특한 소통, 뉴미디어아트 아카이빙 작업
시카의 가장 독창적인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포맷의 국제전과 개인전에도 있지만, 김포산업진흥원 대표산업혁신위원장으로 역임하기도 한 김 대표는 ‘시카 키즈랩’으로 새로운 미술교육을 선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미국의 아동을 위한 미술 콘텐츠와 서적에 깊은 인상을 받은 김 대표는, 이를 한국화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2년 간 코로나로 해외 행사 없이 머무는 동안, 김포와 국내 지역주민과 관객들에게 미술을 통한 문화 힐링을 경험하게 하고자 어린이를 위한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해 아티스트들과 프로그램 워크숍처럼 공개하여 열띤 반응을 얻게 된다. “실험적이면서도 명절에 맞는 이벤트와 즐거운 휴식을 지향했다. 비전공자들에게는 학술과 특강이 피로하고 힘들 수 있어서 간접적이지만 즐거운 방향으로 현대미술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했다” 매우 반응이 좋았던 ‘아트 놀이터’는 입체 가면과 팝업아트, 종이 인형, 만년달력 등 흥미로운 6개 프로젝트로, 부모/아이 모두 만족하는 미술, 실험, 과학을 접목한 워크북 키트가 관심을 끌었다. 김 대표는 ‘시카 프레스(CICA Press)’로 전세계의 현대 미술의 동향을 비영어문화권의 시각으로 해석해 알리는 일에도 한창이다. 2015년부터는 매년 카탈로그 형식의 <뉴미디어아트 시리즈>를 출간해 시카미술관에서 열린 컨퍼런스와 국제전의 작가/작품을 소개하며, 학술적인 자료들을 기록(아카이빙)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가치를 인정받아 인디애나대학을 비롯한 주요 미국 대학에도 소장된 이 시리즈들은, 세계의 뉴미디어 작가들과 교수, 학자들에게도 뉴미디어아트 트렌드를 파악하고 주제에 맞는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즐거운 작업으로 인정받기에 상당히 인기 있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시카’의 출간물 작업 외에도 미국 론칭과 글로벌 프로젝트 계속
2014년 기획한 <1956-1957한국> 사진전으로 다수 언론매체에 보도되기도 한 김 대표는 비영어권 국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미술시장에 나왔을 때의 한계와 아티스트의 고뇌를 이해한다고 한다. 현대미술은 콜라보 가능성이 높으며 일반 회화와 달리 아티스트가 자기표현을 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시카 프레스’는 이들의 귀중한 창작물들을 모은, 학술과 카탈로그의 장점만을 합한 자료보관실 개념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시카’의 방향 또한 서양미술에 소외된 제 3세계를 비롯해 국적을 초월한 예술가들이 뉴미디어아트를 비롯한 현대 미술 분야의 우수한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2천 평 규모의 미술관에서 카페와 키즈랩 팀장/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으로 미술의 대중화를 시도하는 그는, 앞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글로벌 작업으로 해외 행사들을 진행하는 한편 지금까지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에서도 ‘시카’의 프로젝트를 론칭할 것이라고 한다. 주로 뉴욕과 워싱턴 D.C.처럼 김 대표의 활동 지역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국내 프로젝트와 이벤트도 해외에서 진행하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예술 프로젝트를 정착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뉴미디어아트에서 무한히 복제되는 NFT 아트가 있고, 인터넷에서 정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퍼지듯이 현대에는 한 지역에 국한되기 보다는 지역을 초월한 편재적인 프로젝트가 더 유리하다고 본다. 그래서 전 세계가 K-POP을 향유하듯 우리 창작자들 간의 네트워크가 오픈되어 세계적 수준인 국내 문화 콘텐츠들을 교류하며 좋은 아티스트들이 인지도를 높이고 사랑을 받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앞으로도 ‘시카’의 이름으로 출판, 글로벌 프로젝트, 키즈랩을 더욱 다각도로 선보일 것을 약속했다.